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창작.(자작· 수필&산문&시... 836

봄날

봄날 / 김귀수 꽃이 피기 전엔 봄이 온 줄 몰랐습니다 꽃이 떨어지기 전앤 바람인줄 몰랐습니다 봄햇살 한 줌 무심히 콧잔등에 내려앉으면 그때야 시리도록 아픈 이 가슴 여태 나는 꽃그늘에 숨어 먼발치 그리움의 안갯속을 헤매면서도 그대가 정녕 나의 사랑인 줄 몰랐습니다 지난밤 스쳐 간 봄비에 떨어진 꽃잎처럼 모르게 어느새 내 마음을 비켜 간 그대이기에 그것이 차마 이별은 아니였기를... 무심히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봄날의 꽃길을 걸으면 마음의 빈자리에 다시 또 가득하게 쌓이는 그리움입니다

기도

기도 /김귀수긴긴 겨울밤이 단잠 잃고 성가시더니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던고?불편한 심기에 엉거주춤 일어나 앉아무릎 밑에 베게를 고인다어둠을 밀어내는 새벽의 찬바람에명치끝을 울리는메마른 기침 소리토기의 빗살무늬처럼쇠약한 가슴안에 빗금이 지면내일을 탐할 수 없는 소진되는 세월이 당연하여질그릇처럼 부서저내리는메마른 웃음 조각들...새벽 여명 앞에 아침은 경기를 하듯 몸을 사리고찰나의 어둠이 동산을 가린다하루가 다르게 나는 노인이 되어가며쓰임새를 잃어버린 남겨진 여정 앞에서무탈한 간밤을 등지고 앉아 습관처럼 되뇌이는 아침의 기도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내 새끼들저마다 제 살믜 터전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소서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오는 소리 / 김귀수 가을이 오는 소리는 쓸쓸한 고요의 소리 막연한 그리움의 소리 가을은 외로움을 부추기나 보다 찾는 이의 발길 끊어진 늙은 창기의 슬픔처럼 그 여름 구슬피도 울어대던 매미 소리의 성가심이 차마 그리워 벼 익는 들판마다 바람결에 한들한들 억새꽃의 춤사위 여름이 떠난 빈자리엔 먼지처럼 쌓여가는 외로움들이 팔베개를 하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모르는 누구라도 좋다 두둥실 하얀 구름 조각배를 띄우고 어기영차 함께 노를 저으며 낭만과 서정에 취하고 싶다 이 가을의 그리움을 함께 노래 부르고 싶다 시간의 적막 속을 혼자 거닐면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막연한 그리움의 향기에 이름 없는 시인의 붓끝에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피어나고 싶을 뿐 가을앓이 가슴 안엔 주인 잃은 그리움이 탄다

쓰레기가 눈에 거쓸려 산책길도 망설여지는 나는 비정상인가?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렇게 건강 체질도 아니면서 산책하기 딱 좋은 곳에 살면서 아침저녁 왜 운동을 않느냐는 질문들을 곧잘 한다. 맞는 말이다. 태화강을 끼고 도로 아래위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자전거길과 나란히 방어진쪽에서부터 언양까지 이어질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

이 마음 빈 들이여

이 마음 빈 들이여 / 김귀수 무성한 외로움의 잡초를 밟고 그리움의 나무가 숲을 이루면 바람 불어 풀잎이 눕듯 너를 향한 마음 한 줄기 별빛도 외진 어둠의 창가에로 시름을 베개하고 고독을 벗삼는다 사랑함이 반드시 행복이랴만 너를 향하고 가는 사랑의 길엔 꿈이라도 좋다, 착각이라도 좋다, 이름 모를 들꽃이라도 반겨주는 아름다운 꽃길이였으면... 사랑함이 반드시 행복이랴만 멈출 수 없는 마음 한 줄기 누군가 한사람을 사랑함이 그냥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