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창작.(자작· 수필&산문&시... 836

봄의 노래

봄의 노래 / 김귀수 양지에 앉아 햇살 한 줌 소복하게 담아 살갗 가볍게 토닥여 분칠을 하며 늙은 나무는 봄을 잉태하는 태동을 한다 새벽은 까칠한 가지마다 이슬을 내려 꽃망울 잎새 틔우려 잠든 숨결을 깨우고 겨울의 묵은 각질들을 비듬처럼 털어낸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날마다 기지개를 켜면 배시시 가지마다 향기를 담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송이송이 아름다운 꽃송이..... 열흘 붉은 꽃이 아니면 어떠리 짧은 봄날의 향기라서 더욱 고아라 어여쁘라 꽃그늘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연인들의 숨소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어느새 무심한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면 꽃잎 진 가지마다 잎새 짙어 나무는 숲을 이루고 길을 잃은 시간들이 숲 그늘 아래 방황을 하며 누군가의 그리움이 봄비 되어 함께 내린다

꽃비가 내리거든

꽃비가 내리거든 / 김귀수 아으이.... 어으이.... 애간장 끊이는 소리에 하늘도 울어 만장의 깃발을 적신다 남은 여정이 한참일 줄 알았더니 그리도 급했을까? 단 한 마디의 인사도 없이 잡혀가듯 떠나는 너를 보니 참으로 허황하고도 허무하다 인간사 세상살이 오늘이라도 눈 감으면 저승이여라 애달프다 어이하리 이왕에 떠나가는 길 찬바람 언 땅 위에 하얗게 국화꽃 송이송이 꽃비라도 뿌려주마 사뿐사뿐 꽃길 걸어 천상에 이르거든 월궁항아 (月宮姮娥) 선녀가 되어 극락세계 안주하여 천세만세 복록을 누리시게나 아~ 창 밖에 겨울 바람 귓전에 에이고 손 잡고 느껴울던 너의 자식 울음소리 심장이 녹아내린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라지만 어쩌면 죽음의 자비기 있어 사랑하는 이들 손등마다 일일이 입맞춤하고 향기로이 미..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김귀수 속절없이 바래버린 기억 속에서 당신은 안개강 저 너머 희미한 실루엣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고 그리워도 그 모습 느낄 수가 없네 이제는 꿈에서도 만남이 끊겨 기제상 차려놓고 술잔 올리며 간절하게 엄마하고 불러봅니다 아~떠나심이 어제인 듯 아직도 목이 메이게 서럽습니다 끊어질 듯 애간장이 녹아내리네 이 딸도 이제는 많이 늙었답니다 늙어가는 내 모습 안에 당신의 얼굴이 숨어있네요 백발처럼 하얗게 세어가는 머릿속 기억들이 하나둘씩 지워집니다 지금보다 기억함이 더 쇠잔해지면 엄마 얼굴 까맣게 잊혀질까 봐 눈 코 입 하나하나 그려봅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인생 갈무리

인생 갈무리/김귀수지는 해인 것을낡은 세월이라고 쳐다보지도 않았더니쇠잔해진 세포의 틈새 마디마다바스러져 내려앉은 마른 이끼 같은삶의 구차한 흔적들이해거름 들길에 풀잎처럼 누웠다잡동사니를 헤집고 먼지를 털어낸다면누구라도 한때는 귀함으로 간직되었을인생의 빛나는 한 순간들이 나에겐들 바이없기야 할까? 뉘엿해지는 여생 길에 오금이 저려그냥 잊고 살았을 뿐.....시간 여분의 가늠조차 모르는데이랑처럼 골 깊은 주름 사이로어느새 세월이 급류처럼 흐르고 있네젊어도 보았으니 늙어도 보았으니마냥 인생이 서럽기만 할까?변명도 핑계도 왕년의 허세일랑선술집 안주거리로 던져버리고지는 해의 아름다움에 취해나는 이제쯤 백년 삶을 향해 건배를 하리 남은 한 세상아프도록슬프도록벅차도록지지고 볶으며 행복하게 잘 살다가겠노라고...

5월

오월 / 김귀수 오월의 바다에 그리움이 물들면 하얀 파도 물보라가 되어 여윈 내 가슴으로 되돌아 오고 오월의 바다에 외로움이 물들면 하늘은 햇살을 거두고 먼 바다 위를 춤추는 해무 해마다 산소에 다소곳 찾아가 꽃 한 묶음에 생색을 낸들 당신이 누운 자리 봄볕에 잡초만 무성하고 울 엄마 생전에 한번을 다정하게 안아드린 기억이 없네 세월만큼 슬픔의 골은 깊어만 가고 눈을 감으면 회한의 조각들이 유성처럼 쏟아저 내린다 봉두난발 바람에 흩날리는 나의 흰 머릿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