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노래 / 김귀수 양지에 앉아 햇살 한 줌 소복하게 담아 살갗 가볍게 토닥여 분칠을 하며 늙은 나무는 봄을 잉태하는 태동을 한다 새벽은 까칠한 가지마다 이슬을 내려 꽃망울 잎새 틔우려 잠든 숨결을 깨우고 겨울의 묵은 각질들을 비듬처럼 털어낸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날마다 기지개를 켜면 배시시 가지마다 향기를 담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송이송이 아름다운 꽃송이..... 열흘 붉은 꽃이 아니면 어떠리 짧은 봄날의 향기라서 더욱 고아라 어여쁘라 꽃그늘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연인들의 숨소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어느새 무심한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면 꽃잎 진 가지마다 잎새 짙어 나무는 숲을 이루고 길을 잃은 시간들이 숲 그늘 아래 방황을 하며 누군가의 그리움이 봄비 되어 함께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