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살면서 나도 모르게 무심 중에 강박적인 의식과 행동으로 습관처럼 몸에 밴 게 있다. 매사를 급하게 빠르게 직진 서두르는 그것이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좀 늦으면 어떻고, 더디면 어떻고, 처지면 어떻고, 둘러간들 어떠리... 이 나이 되어 돌아보니 서두르느라 놓친 것들. 앞서려다 잃은 것들. 직진하다 못 본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시절, 그 시기,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라서 한번 놓쳐버리니 흘러가는 강물처럼 되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내가 살아온 세월들 속에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데 살아보니 단 한 번의 인생은 너무 짧다. 그래도 늦었다고 느낄 때가 빠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지 않는가.... 새해부터는, 매사 천천히 쉬어가며 살펴가며 둘러보며 느리게 더딘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