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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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에서

창궐하는 역병 앞에 속수무책 3차례로 끝나려나(?) 백신 접종만 하면 등 돌린 일상의 삶으로 회귀가 가능할까? 요원한 마음.... 동짓날 팥죽 한솥 쒀 놓고 잡귀 잡병의 근접을 물리치려 가는 해 오는 해 무병 무탈 자손들의 안녕을 기원해보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코로나 탓만 하다가 무의미하게 또 한 해를 보내고 있어 한순간 돌아보니 어느새 황량해진 산과 들. 겨울이 오는 소리에 떠나는 가을의 발자국 소리가 묻혀버렸다. 겨드랑이 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마른 잎처럼 떨어지는 흰 머리카락.... 멀리 배웅하지 못한 나의 가을을 정자 고갯길에서 병원 다녀오는 길에 은행잎 밟으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전하고.... 훌쩍 떠나고픈 낭만 여행의 짜릿한 유혹도 차분하게 다독거리고 산천을 물들인 만추의 빛바랜 단풍 ..

김장하는 날

해마다 12월이면 김장이 우리 집의 큰 행사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김장을 안 할까 싶다 했더니 며늘애들이 울상이 되어 차례로 전화질이었다. 온 가족 다 모이지 말고 차례로 가서 나눠서 김장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욘석들 저들이 직접 담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꼭 이 시엄마가 담아주는 것만 먹겠다니 나 죽으면 어쩔셈인지 벌써부터 슬슬 걱정이라니까... 게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김치를 더 많이 하라고 미리부터 성화를 대니 힘들어도 거절은 못하고 이 늙은이 자식들 김장해주다 몸살만 뒈지게 하고 말일이다. 에혀~~ 미리 담근 동치미에, 배추 60여 포기, 총각김치, 무 섞박지에 배추 백김치까지, 늙은이 혼자서 발 동동 굴러가며 며칠을 김장 준비했는데 요것들 파김치는 안하냐고 묻는다. 아~ 열..

대구 송해공원~

가는 세월만 쳐다보기엔 너무 아쉬워서 가을의 끝자락 무렵, 대구 달성군 송해 공원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코로나 이후 가장 먼 거리 여행길이었다. 출발 전부터 봄이면 만개하는 벚꽃 둘레길로 유명하다는 대구 달성군의 옥연지 일대에 조성된 휴양코스라면서 어떻게 6,25 시절 혈혈단신 남하한 실향민인 방송인 송해 씨 이름을 딴 송해 공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는지가 참으로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달성군 명예시민이자 홍보대사셨네, ㅎㅎㅎ~~ 게다가 송해 선생의 처가가 옥연지가 위치한 옥포읍 가세리라니 인연이 남다르긴 하다. 또한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래었으며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당신의 묏자리 까지 마련해 두었다 하니 가히 제2의 고향으로 느껴지실 만도 하겠다. 울산의 수변공원과 많이 ..

여행 스케치 2021.12.07

침실 안의 홈 바~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 집이 바닷가로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만약 예전 살던 그곳에 계속 살았다면 지금 같은 시국에 맨날 집에 갇혀서 회색 빌딩의 그늘 아래에서 아마 무척 숨이 막혔을지도.... 처음에는 밤낮 없는 파도 소리가 잠을 설치게도 했지만 이제는 만성이 되어 차라리 파도 소리 거센 바람 소리가 자장가처럼 되었다. 모든 건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생각끝에 어쩌다 보니 바다 뷰가 잘 보이는 침실 창가에다 우리만의 작은 쉼터를 만들었다. 빨간색 2인용 테이블 세트, 이름하여 다용도 홈바? 흐흐흐~~~ 딸내미가 예쁜 조명 세트도 선물해주고.... 야간에 조명을 밝히면 분위기 정말 끝내준다. 바로 옆이 호텔이니 3~4층 호텔 테라스에 꾸며진 아기자기한 정원 풍경이 덤..

옛날식 다방에 앉아~~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대는 시월의 끝날에 딱 일 년 하고 육 개월 만에 갖게 된 모임이었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달마다 갖던 모임인데 말이다.... 그렇게 오래 단절됐다 다시 연락된 모임이지만 만나보니 친구들 못 본 그 사이에도 별 탈 없이 얼굴 아니 건강이 여전해서 너무 반갑더라. 어느새 육십을 지나고 70~80 세대들이 되었으니 살날이 얼마일까? 쌓인 이야기들이 한 보따리다. 큭큭큭.... 원래대로라면 저녁 모임이다. 그래도 조심스러운 시국이라 낮시간에 만났다. 밤에 모였으면 주거니 받거니 술잔 오가며 주기 오르면 어김없이 2차는 노래방을 가곤 했었다. 이제는 많이들 몸을 사리게 되었네.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 아니 연세들이니까 큭큭~~ 집 나간 며늘애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에다 고소한 전어회..